장애인 노동 책임지는 고용공단, 청각장애인 구직 상담도 못 하나?
- 조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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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16 오후 2:42:46
본사 및 18개 시·도 지사 수화통역사 0명...장애인단체, 인권위에 진정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농아인협회 등이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용공단 진정 기자회견을 연 모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아래 고용공단) 시·도 지사에 수화통역사가 없어 청각장애인이 제대로 된 구직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지난해 4월 고용공단 구직 상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청각장애인 ㄱ 씨의 제보를 받았다. ㄱ 씨는 노숙인으로 살다가 고용공단을 통해 일자리를 찾고자 했으나, 상담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구직에 필요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장추련이 고용공단 본사와 전국 18개 지사에 확인한 결과, 수화통역사를 상시로 배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8개 지사는 오로지 필담을 통해서만 구직 상담이 이뤄졌다. 나머지 10개 지사는 한시적인 수화통역이 제공됐다. 일주일에 1~2일 수화할 수 있는 자원활동가가 고용공단에 방문하거나, 수화통역센터나 장애인단체부터 통역을 지원받을 때만 구직 상담이 가능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이 공공 서비스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소속원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8월 시행을 앞둔 ‘한국수화언어법’은 생활영역에서 수화를 통하여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법률 등에 비춰볼 때 고용공단의 처사가 청각장애인을 차별했다는 것이 장추련의 주장이다.
이에 장추련, 한국농아인협회(아래 한농협) 등은 27일 고용공단이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제출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고용 최전선에서 상담하고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고용공단에 장애인 수화통역사가 한 명도 없는데, 장애인은 어디에 가서 구직 상담을 해야 하는가”라며 “고용공단조차 의사소통을 위한 수화통역사를 배치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청각장애인이 일하는 곳에 의사소통 편의를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규탄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주영찬 한농협 회원은 전문적인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직원의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주변 지인들의 상황을 소개하며 “고용공단은 장애인 구직 상담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수화통역사나 수화통역이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직원들에게 청각장애 인식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비장애인의 소통방식인 필담으로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법률에 따라 국가 기관은 청각장애인이 원하는 의사소통 수단을 마련할 의무가 있고, 고용공단도 예외일 순 없다.”라며 “청각장애인만 언제든 상담할 수 없다는 것은 간접적인 차별에 해당한다. 인권위가 이 사건을 잘 조사해 고용공단에 강력한 권고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하라" 손 피켓과 진정서 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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