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도 쉽게 이해하는 재밌는 정치 이야기’를 만들다|

  • 조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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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6 오후 2:37:52


필리버스터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수화통역



엄마와 필리버스터


“엄마, 아빠. 지금 국회에서 하고 있는 필리버스터 뭔지 알아?” 나는 가족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엄마에게서 답장이 왔다. “필리버스터는 자세히 잘 몰라 무제한 연설이라네. 연설에서 수화통역사 없어 이해 답답해.”


나는 엄마에게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했다. 함께 필리버스터 생중계를 보며 엄마에게 직접 수화 통역을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나는 베트남에 있었다. 영상 통화를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필리버스터가 무엇인지를 요약해서 설명하는 것에 그칠 뿐이었다. 내가 은수미 의원의 어떤 문장에 감동을 받았는데 그것이 왜 그런지 엄마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의 전 토론 내용이 실시간 수화 통역으로 제공되어야 했다.


농인들에게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청인들이 입만 뻐끔 뻐끔대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필리버스터가 계속 되자 몇몇 이들이 국회에 수화 통역을 요청했다. 국회 방송 측은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그리고 장시간 노출되는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지원하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국회 방송에는 실시간으로 ‘자막’이 제공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한계로 대부분의 농인은 ‘제2언어’인 한국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문자 언어를 읽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TV와 신문에서 ‘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가 어떤 것인지 백날 이야기해도 농인은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고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4일 후부터 수화 통역이 제공되었다. “무제한 토론은 일반 회의에 해당하기에 수화 통역 지원 대상이 아니었지만 방법을 강구해보고자 시작하게 되었다”고 국회 방송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오랜 시간 계속되는 무제한 토론인 만큼 그것을 통역하는 수화통역사도 충분히 배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예산 문제 때문이라면 수화통역사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국회 방송은 “국회에 등록된 수화통역사만이 수화 통역을 할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최종적으로 수화 통역이 제공되기는 했지만, 국회에 등록된 단 네 명의 수화통역사가 모든 필리버스터를 번갈아가며 통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고모와 노동당


그 무렵, 고모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이번에 대전 유성구 을에서 노동당 예비 후보로 출마하는데, 수화 통역 영상 만들고 싶어. 한국 언제 들어오냐?”
 

고모는 충남대에서 학생 운동을 했고 졸업 후 민중당 기관지의 편집 위원으로 일했다. 내가 엄마 뱃속에서 발차기를 하며 뛰놀 때 고모는 엄마, 아빠의 신혼집에서 민중당 사무실로 출근했다. 엄마는 고모 이야기를 할 때면 엄지를 입에 물어 ‘쇠’라는 수화를, 양 손바닥을 눈 앞에 대고 아래로 내려 ‘창살’이라는 수화를 했다. ‘쇠+창살’, 수화로 ‘감옥’이라는 뜻이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지 열흘이 되던 날, 집으로 경찰이 들이 닥쳤다.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체제 전복, 반국가단체 구성, 이적표현물 소지 등이 그 죄목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고모는 5.18 특사로 출소했고 정치와 사회 운동 진영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고모는 나의 1등 후원자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고모는 내게 세상을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 대안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을 소개시켜주며 나의 선택을 지지했다.


그런 고모가, 정치판에 뛰어 들겠다고 했다. 두 달 치 생활비에 달하는 300만 원을 내고 국회의원 예비 후보로 등록하더니 1500만 원이라는 기탁금을 어렵게 마련하여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했다.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생활비를 벌기도 빠듯한 고모가, 거금을 내고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다고? 나는 고모의 메시지에 대충 대답했다. “수화 통역은 내가 하는 게 아니고 전문 수화통역사가 해야지. 아무튼 한국 가서 연락할게.”


그러나 고모의 끈질긴 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대전 유성구을 국회의원 후보 이경자 후보의 페이지가 고독하게 글을 발행하고 있었다. 분명 홀로 운영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고모, 수화통역사에게 정식으로 요청하는 건 비용도 들고 다들 바쁘니까. 엄마가 수화농통역사이기도 하잖아. 부탁해서 함께 수화 통역 영상 만드는 건 어때? 내가 촬영하고 편집할게.”


농인도 이해하는 쉽고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 – 탈핵


“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는 장애인, 그중에서도 정보로부터 가장 제한된 농인이 우리 나라 정치를 이해할 수 있어야 진짜 정치라고 생각해.” 고모의 말은 백 번 옳았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원래 똑똑한 사람이 하는 거 아니야? 나 같이 장애가 있고 못 배운 사람은 그런 거 잘 몰라.” 엄마는 오른손의 손끝으로 오른쪽 가슴을 두 번 스쳐 올렸다. ‘모르다’라는 수화였다.


“국회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 전달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대전시 유성구민들을 대신해서 그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국회에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고. 가장 큰 공약은 ‘탈핵’인데, 대전시 유성구 덕진동에는 핵발전소 연료봉 생산 공장이 있어. ‘하나로 원자로’라고 연구용으로 만들어진 작은 핵발전소도 있고. 게다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핵폐기물이 도시 한복판에 묻혀 있어. 제일 중요한 건 그 지역 주민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지.” 고모는 보통 핵발전소의 반경 20km 이내에는 사람이 살지 않도록 하는데, 핵폐기물은 그 위험성에 대해 아무 것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고 심지어 반경 800m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농인도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 동영상 갈무리

“핵? 핵발전소? 연료봉? 그거 어떻게 생겼어?” 엄마는 ‘탈핵’이라는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핵’이라는 단어와 ‘없애다’라는 수화를 동시에 사용해야 했는데 문제는 나도 ‘핵’이라는 단어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핵’이라는 수화는 두 주먹을 모아 위로 펼치면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모양으로 손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흡사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핵발전소’라는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핵’과 ‘발전소’라는 수화를 함께 해야 했는데, ‘원자폭탄이 터지는 모습’과 ‘공장’이라는 수화가 만났을 때 그것은 ‘핵발전소’ 혹은 원자력 발전소’를 연상하기 어려운 단어가 되었다. 그러니까 ‘핵’과 ‘원자력’에 대해 배경 지식이 거의 없는 농인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원자력이 어떤 것이고 원자력 발전소가 어떤 원리로 전기를 생산해내는 지를 설명해야 했다. 엄마는 실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다른 수화농통역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여러 차례 영상 통화를 걸더니 마침내 왼 주먹을 모로 세우고 오른 주먹의 검지를 펴서 왼 주먹을 중심으로 수평으로 한 바퀴 돌리고 수직으로 한 바퀴 돌린 후, 오른 주먹을 쥐고 팔을 구부려 당겼다. ‘원자력’이라는 수화였다.


“그런데 원자력이 무슨 문제? 연료봉은 어떻게 생겼어? 그 안에 까만 게 있어?” 고모와 나는 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원자력 발전소가 사실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데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엄마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엄마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핵발전소 연료봉 통역하기 위해서는 연료봉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그 안에 뭐 들었어? 석탄처럼 검은 게 불에 타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 나는 난관에 부딪혔다. 중요한 건 나도 ‘원자력’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전기를 생산해내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 부탁. 왜냐면 그거 나도 모르고 다른 농인들도 모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설명해야 우리가 이해할 수 있어.” 나는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이고 시각을 중심으로 하는 언어인 ‘수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했다. 엄마의 세계에서 ‘단어’는 어떤 생김새를 표현해야 했다.


나와 고모는 분명 농인도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를 하겠다고 야심차게 촬영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정치는커녕 정치의 ‘정’자도, 탈핵의 ‘핵’자도 시작하지 못했다. 슬슬 배가 고팠다.


농인도 이해하는 쉽고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 – 한국 정치


고모는 그럼 탈핵 이야기는 이쯤 하고 엄마가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보고 답하는 식으로 구성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 너희 고모는 왜 대전 사람인데 여기 서울에 와서 영상 찍고 있는지? 나는 지난 선거 때 어떤 한 후보가 비가 오는데도 열심히 인사하면서 명함을 나눠 주길래. 그게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 사람을 뽑았어. 열심히 하잖아.” 엄마는 정말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약간 벌리고 오른손을 약간 구부려 가슴에서 턱까지 올렸다가 밖으로 반원을 그리며 왼 손바닥으로 천천히 내렸다. ‘감동’이라는 단어였다.


“그럼 그 사람이 당선되고 난 후에 인사한 적 있냐고 물어봐. 선거 때만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거 아니냐고. 그 사람 공약이 정확히 무엇인지 엄마가 알고 있냐고.” 나는 고모의 말을 엄마에게 통역했다.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명함 돌리는 사람이 아니고 인사하는 사람이 아니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잘 듣고 국회에 전달하는 거. 그리고 정말 필요하고 좋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 국회의원이지. 게다가 나는 소수 정당, 노동당 소속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명함 돌리는 것보다 이렇게 영상 만들어서 직접 홍보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농인도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 동영상 갈무리.
 

엄마는 되물었다. “그럼 왜 다른 후보와 돈 똑같이 냈는데 너희 고모는 왜 TV에 안 나와? 보라 너도 녹색당원이라고 하는데 그 당도 왜 안 나와?” 엄마는 왜 어떤 후보는 선거 공보물이 여러 페이지로 깔끔하게 인쇄되어 오고, 왜 어떤 후보는 달랑 한 장짜리 공보물이 오는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 후보 토론회에서 소수 정당의 후보들은 왜 함께 토론할 수 없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엄마, 그건 언론이 중립을 지키지 않아서야. 방송국이나 신문의 주인이 재벌이래. 재벌은 국회의원에게 돈을 주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국회의원이 그 법을 만들면 재벌은 돈을 벌고. 그리고 재벌은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보도를 하고.” 엄마는 내 말에 꽤나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중립’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왜’, ‘TV’, ‘중립’, ‘아니다’ 엄마는 이와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나는 원고를 다시 써야만 했다.


고모는 현 선거법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일단 국회의원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정말 보통의 평범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법으로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면 1500만원이라는 기탁금을 내야하고 1억 원이 넘는 선거 운동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돈 없는 사람은 정치하지도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엄마는 물었다. “외국, 다른 나라도 똑같지 않아?”


“다른 나라는 100만 원 정도이거나 기탁금이 거의 없는 나라도 있어.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정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 고모는 그렇기 때문에 현재 국회의원들이 선거법을 바꾸어 더 많은 소수 정당들도 국회에 들어와 서로 의견을 나누고 더 좋은 법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 자리싸움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필리버스터와 국회의원 선거 후보 토론회, 그리고 수화 통역


고모는 더 복잡한 것을 말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엄마는 정당 투표가 비례 대표를 뽑는 것이지만 그것이 왜 공정하지 않은지, 시의원이 하는 일과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 다른 것인지, 현 선거법이 그래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마가 이해해야 우리는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나는 최대한 원고를 쉬운 문장으로 풀어 썼지만, 엄마가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통역할 수 없었다. 촬영을 도와주러 온 친구는 머리가 너무 아프지만 우리가 너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밥도 먹지 못하고 촬영을 도와주는 것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우리는 기존의 수화 통역 영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고자 했다. 수화통역사가 화면 하단의 동그란 모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음성언어로 말하는 사람과 수화언어로 말하는 사람이 화면에 나란히 앉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가 고모의 말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모와 엄마가 화면에 띄운 원고를 보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고모의 음성언어와 엄마의 수화언어의 속도가 달라질 경우, 그리고 고모가 하는 말의 단어와 어순이 조금 달라질 경우가 문제였다. 통역의 속도를 조정하거나 단어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농인이 직접 원고를 보고 그것을 수화로 발화하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 있었다. 농인이 직접 자신의 언어로 그것을 말하고 설명해낸다는 점에서 다른 농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엄마는 엄마가 이해한 ‘핵’을, 엄마가 받아들인 ‘연료봉’을, 엄마가 알아 낸 ‘필리버스터’를 수화로 말했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굴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변하는 고모, 그리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정치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하는 엄마. 두 사람의 조합은 사실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아름다웠다. 적어도 엄마는 이제 필리버스터가 무엇인지, 필리버스터 중간에 수화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도입되게 된 것인지, 그리고 필리버스터로 수고한 국회의원들 덕분에 그것이 행복하게 잘 끝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하기 위해 도중에 중단되었다는 것을, 마침내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도 안전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엄마는 핵발전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정치에는 문턱이 없어야 하고 농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재밌는 정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


촬영을 마치고 영상을 편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25분 남짓한 영상에 꼼꼼하게 자막을 넣는 것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영상에는 청인을 위한 음성언어가 있고 농인을 위한 수화 통역이 있지만 수화를 모르는 농인을 위한 한글 자막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일이 자막을 넣는 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이었다. 고모는 영상을 보더니 “수고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 “그런데 재미는 없네…ㅠㅠ”라는 문자도 또 도착했다.


사실 수화 통역 영상은 별로 조회 수가 높지 않다. 오히려 ‘NG 영상’으로 만든 짧은 영상이 더 조회 수도 높고 반응도 좋다. 농사회에서도 공유만 될 뿐 아직 특별한 반응은 없는 것 같다. 젊은 농인 몇 명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고맙다며 영상을 공유한 것이 전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는 한국에 사는 27만 명의 농인이 정치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니, 누구냐를 다 떠나서 우리 모두가 ‘정치’를 어려운 것이라고, 그건 똑똑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 혹은 권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노동당이 무엇인지, 그럼 딸은 노동당이 아니라 왜 녹색당에 가입했는지. 이 당들은 어떻게 하면 원내 진입할 수 있을지. 농인도 정말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지. 그래서 당신의 소중한 한 표를 충분한 정보 안에서 충분한 고민을 한 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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